태국 생활 9년 차, 블로그를 시작하며
2025년 3월 기준, 방콕에서 살아온 시간이 어느새 9년 4개월째로 거의 1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정확한 연수를 세어보는 것조차 잊고 있었을 만큼, 이곳이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이곳이 내 고향이자 집이 된지 오래인 것 같다. 종종 새로 방콕으로 이주하는 분들에게 이런저런 조언도 드리고 도움도 드리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중에, 차라리 내 경험을 정리해 블로그로 공유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족과 함께 방콕으로 이주를 준비하는 분들, 혹은 한 달 살기나 장기 체류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 단순히 한국 커뮤니티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도 글로벌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부모 역시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내 경험과 팁을 공유해볼 생각이다.
그 전에,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를 간단하게나마 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이 방콕 교민으로 살고 있는지, 또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온 사람인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자기 소개.
정글맘 방콕 인스타그램도 나중에 확인해보세요 :)
https://www.instagram.com/junglemom.bkk
유학 없이 영어를 배운 경험: 배낭여행에서 글로벌 커리어까지
인도-네팔 배낭여행, 그리고 EBS 라디오로 시작된 영어 공부
대학교 2학년 때, 생애 첫 배낭여행으로 인도와 네팔을 찾았다. 광활한 인도 대륙을 가로지르며 네팔 히말라야에서 4박 5일간의 트레킹을 했지만, 네팔인 포터와 나눌 수 있었던 대화는 "Thank you" "Yes" "No" 정도의 단어 수준의 영어 뿐이었다. 그렇게 엉터리 영어 실력으로 버텨낸 4박 5일간의 여행 후에 부끄러움이 몰려들었다. 대단한 영어 과외나 영어 사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많은 시간을 영어 공부에 할애 해 온 것이 무색하게도 내 입과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는 빨간펜, 튼튼영어 같은 방문식 영어 교육으로 내 실력을 키워주려 애썼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대화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휴학을 결심했고, '입을 트이게 하는'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던 나에게, 엄마가 대뜸 'EBS 영어 라디오 채널 내용이 되게 좋던데, 한 번 들어봐.' 라고 하셨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수능생의 친구 EBS, 근데 영어 컨텐츠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어, 그저그냥 뻔한 수업이겠지.. 하고 들어보기 시작한 EBS 라디오. 알고보니 한국에서 날고 긴다는 영어 관련 1인자들을 모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알찬 프로그램들 투성이였다. 심지어 한 두개가 아니라 여러개! 아침에는 고급 영어 프로그램 모닝스페셜로 시작해서, 파워 잉글리시, 귀가 트이는 영어, 입이 트이는 영어, 그리고 오후 6시에 즈음에 하던 초급 영어 프로그램 English Go! Go! 까지.
그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EBS 영어 라디오를 들었고, EBS 영어 라디오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특히 영어 발음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게 만들어준 English Go! Go! 프로그램이야말로 나에게 영어 터닝포인트를 제공해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 할 정도. 그리고 그렇게 그 프로그램의 MC이자, 한국인보다 능통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미국인, Shane 선생님의 팬이 되었다. 결국 그분이 교사로 있던 종각의 플랜티 어학원까지 찾아가 수업을 들으며, 영어를 배우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영어를 단순히 뚝딱이처럼 '잘 읽기만' 하지 말고, 그 상황의 공기, 사람들의 감정, 이야기의 흐름 등 다양한 것을 적용하여 미국인처럼 '잘 흉내내어 발음하라'고 하신 선생님.
이후 나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바쁘게 지내느라 EBS 영어 라디오를 못듣고 지낸지 오래 되었는데, 몇 년 후에 기억이 나 찾아보니, 이미 한국 생활은 정리하시고 미국에서 팟캐스트나 유튜브로 ELS 영어 수업을 하며 지내시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길게도 한 영어 공부의 과정에서 멘토를 한 명 꼽으라면 단연 Shane 선생님 일 정도로 새로운 각도에서 영어를 접근하는 법을 알려주신 선생님이었다.
미국 캠프 카운셀러가 되다
그렇게 종로의 플랜티 어학원 뿐만이 아니라, 수 많은 영어학원들을 휩쓸고 다니며 영어 공부에 빠지고 있던 그 때. 심지어 학원 끝나고 광화문에서 어슬렁거리며 외국인이 보이면 'May I help you?'하며 다가가 한 마디라도 영어로 이야기해보려 애쓰던 눈물겨운 노력이 있던 20대의 그 시절.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서 ‘미국 캠프 카운셀러 또는 키친 스탭’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이미 키친 스탭으로 채용이 확정된 상태였고, 나도 다급한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져 아직 지원이 가능한 캠프를 찾아냈다. 키친 스탭은 영어 실력은 기본적인 수준이면 크게 상관이 없었고, 카운셀러는 아이들을 가르쳐야하는 포지션이기에 영어가 유창해야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카운셀러로 지원했던 나. 곧바로 에이전시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한국인 스태프 채용 1차 면접을 통과했다. 이후 캠프 디렉터가 국제전화로 전화를 주어 2차 인터뷰를 진행하고 다행히 합격.
그렇게 나는 미국 버몬트에 위치한 100년 역사의 캠프의 미술 수업 담당 카운셀러로 선발되었다. 이곳은 주로 상류층 미국인 아이들이 참가하는 캠프로, 2개월 동안 캠퍼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지내며 지냈다. 보통의 캠프 카운셀러들은 캠퍼 6-7명 정도와 함께 같은 텐트에서 24시간 함께 생활하지만, 나는 남학생 캠프에 배정된 여자 카운셀러였기 때문에, 별도의 통나무 캐빈을 배정받아 여자 스탭들과 생활했다. 캠프라는 공간에서도 나만의 안락한 침대를 가질 수 있었던, 뜻밖의 행운이 따랐던 여름이었다.
호주, 크로아티아, 일본 그리고 태국
미국 캠프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복학하여 대학교를 좀 다니다가, 크로아티아에 위치한 미국 캠프에 리터니로 지원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캠프 덕에 미국도 가봤는데, 유럽도 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지원했고, 아무래도 이미 경력이 있었기에 무난히 합격. 다시 학교를 한 학기 휴학했고, 크로아티아 캠프가 시작하는 7월 전까지 시간이 남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3개월간 떠나기로 했다. 길고 지지부진했던 워킹홀리데이 비자까지 완료하고, 시드니에 도착해 한 호스텔에서 장기로 묵기 시작했다가, 결국 그 곳에서 리셉셔니스트로 일하게 되었다.
일본, 영국, 유럽,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배낭여행자들과 매일 대화를 나누며 세계 곳곳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절. 내가 근무하던 호스텔의 도미토리에서 생활하던 시절이라, 하루 종일 호스텔에서 살았다. 대학생 신분으로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여행다운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했다. 멜번을 한 번 다녀오고, 시드니 근교 바닷가를 몇 곳 방문한 것이 전부였고, 대부분 시드니 시내 안에서 여기 저기 돌아오는 정도였던 시드니 생활. 아무래도 여행자들처럼 온전히 긴 휴가 기간을 가지고 시드니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여느 직장인들처럼 꽤나 평범하게 보냈던 시드니 생활.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맺은 인연과 경험은 무엇보다도 값졌고, 심지어 그 곳에서 만났던 동갑내기 일본인 여행자와 인연이 이어졌고, 6년 간의 장거리 연애 후 결혼하게 되었으니, 인생에서 시드니는 매우 중요했던 곳임에 분명하다.
그렇게 3개월간의 호주 생활 후, 크로아티아로 날아가 캠프 카운셀러로 일했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는 의상 디자인과 영문학을 복수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미국계 글로벌 의류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머천다이저로 근무했다. 그이후 일본의 도쿄에서 약 1년 반, 그 후 후쿠오카에서 약 6개월 가량을 살다가 태국으로 이주했다. 태국에서는 일본계 대기업 화학 회사에서 베트남 주재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담당하며 매달 베트남과 태국을 오갔다. 그러다 첫 아이를 임신하면서 퇴사하고 전업주부가 되어, 지금은 두 아들의 엄마로 지내는 중.
방콕에서 9년 넘게 살아오면서, 단순한 생활 정보뿐만 아니라 유학 없이 영어를 익힌 경험, 그리고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가며 얻은 배움들을 공유하고 싶다. 특히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대학생 시절부터 단어 하나하나 발음을 다시 공부하며 시작했던 과정, 그리고 미국계 기업에서 영어로 일할 수 있게 된 경험까지, 실질적인 영어 학습 팁도 함께 나누고 싶다.
방콕 이주를 고민하는 가족들, 한 달 살기를 계획하는 분들, 혹은 글로벌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담아갈 예정이다. 앞으로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갈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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